원하는 정보만 취하는 ‘체리피킹’부터
‘철 지난 정보 들먹이기’까지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는 많은 공화당 정치인들처럼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았다. 2015년 어느 인터뷰에서 크루즈는 “위성 데이터를 보면 17년 동안 뚜렷한 온난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1998년을 꼭 집은 이유는 그해에 엘니뇨 현상이 이례적으로 심하게 나타나 전 세계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해와 최근을 비교하면 지구 기온에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의 전체 데이터를 살펴보면 장기적으로 지구 기온이 상승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크루즈는 전형적인 ‘체리피킹’ 수법을 선보이며 자신의 정치 이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취하고 그에 반하는 모든 정보는 버렸다.
옛날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공포를 확산시키는 경우도 있다. 바로 ‘철 지난 정보 들먹이기’ 수법이다. 2015년 미국 식약청은 유전자 변형(GMO) 연어인 아쿠어드밴티지 새먼의 식용을 허가했다.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리사 머카우스키는 이를 반대하며 “생선이나 식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과학실험이라 할 만한 유전자 조작 연어를 식용으로 허가한 식약청의 발표에 몹시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면 마치 식약청이 성급하고 무모한 결정을 내린 것 같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GMO 식품이 안전하다는 증거는 이미 수십 년간 쌓여왔고, 식약청은 유전자 조작 연어가 안전하다고 발표한 이후로도 5년 동안 반대의견들을 검토한 후 최종 승인을 내린 것이었다.
논란은 누가 종식시키는가? 정치인가, 과학인가?
‘대안적 사실’ 시대에 꼭 필요한 안내서
정치인들의 수법은 이밖에도 다양하다. 고작 초파리 연구에 100만 달러나 썼다면서 기초과학 연구 보조금을 줄이려고 한 랜드 폴 의원(조롱과 묵살), 지구온난화는 조작됐고 그 근거가 인터넷에 있다고 책임을 떠넘긴 게리 파머 의원(블로거에게 떠넘기기), 비과학적인 백신 반대 운동 때문에 되살아난 홍역이 외국인 탓이라고 뒤집어씌운 모 브룩스 의원(악마 만들기) 등등. 이 모든 논란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 종식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안에 관해서 이미 과학의 판결이 나와 있다. 지구온난화라는 현실을 초래한 것은 인간이고, GMO는 안전하며, 초파리는 인간 유전자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중세시대 유럽인들은 기상이변과 전염병이 마녀의 짓이라고 죄 없는 여성들을 화형대에 올렸지만, 오늘날 마녀사냥이 없는 이유는 정부가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상이변과 전염병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실제 삶에 영향을 끼치면서도 정치인들이 “내가 과학자는 아니지만”이라는 면죄부로 가짜 과학을 퍼트린다면, 우리도 이제는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